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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에 과속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농담 같지만 진짜! 신기한 WRC 규칙 62016/10/13by 현대모터스포츠팀

아니… 모래바람 일으키며 질주하는 WRC 랠리카가
도로교통법을 지켜야 한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질주하는 현대 월드랠리팀 i20 WRC 랠리카
l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질주하는 현대 월드랠리팀 i20 WRC 랠리카



산 속 진흙탕이든 사막의 모래 길이든, 자동차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질주하는 모터스포츠, WRC! 그런데 WRC 경기에는 WRC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규칙과 특징들이 있는데요. 알고 나면 더 재미있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신기한 WRC 규칙을 지금부터 소개해드립니다.



1. WRC 경기 중에 과속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경찰차 경광등의 모습
l 최대한 빨리 달려도 모자랄 판에 도로교통법을 지켜야 한다니…

WRC 경기 중에 랠리카가 과속을 하거나 신호를 위반하는 등 해당 국가의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다가 경찰에게 적발되면 벌금을 내야 합니다. 그리고 경기 성적에서도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아니, 최대한 빨리 달려도 모자랄 판에 도로교통법을 지켜야 한다니… 뭔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드실 텐데요. 사실, 이 규칙이 모든 코스에 적용되는 건 아니랍니다.

웨일즈 랠리의 코스가 표기된 지도
l 위의 지도에서 색깔로 표시된 부분을 ‘스페셜 스테이지’라고 부릅니다

WRC 경기에서 하나의 랠리를 치르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총 3~4일 입니다. 3~4일 동안 지도에 표시된 코스를 모두 누비며 경기가 진행되는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 랩 타임을 측정하는 구간은 일부분입니다. 위의 지도에서 색깔로 표시된 부분이 바로 랩 타임 측정 구간인데요. 이 구간을 ‘스페셜 스테이지(Special Stage, SS)’라고 부릅니다. 드라이버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경쟁하는 구간이죠.

하나의 SS를 통과한 뒤에는, 그 다음 SS가 있는 곳까지 이동해야 하는데요. 이동수단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가 함께 랠리카를 타고 다음 SS가 있는 곳을 향해 이동해야 합니다. 랩 타임을 측정하진 않지만 경기의 연속인 셈이죠. 이 구간을 ‘로드섹션(Road Section, RS)’라고 부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도로교통법을 지키며 달려야 하는 구간이 바로 RS입니다. 이 구간에서는 SS를 질주하며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도로교통법에 따라 차분히 운전을 해야 합니다.



2. 랠리카가 파손됐더라도 15분만에 정비를 끝내야 한다?!

현대 월드랠리팀 서비스 파크의 모습
l 현대 월드랠리팀의 서비스 파크

가혹한 조건의 코스를 달리다 보면 랠리카가 파손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정비를 받지 않으면 더 이상 주행이 곤란한 경우도 있죠. 하지만 WRC에는 반드시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만 미캐닉들의 정비를 받을 수 있다는 독특한 규정이 있습니다. 보통 오전에 15분, 점심에 30분, 오후에 45분의 정비 시간이 주어지며, 각 출전업체의 정비시설이 모여있는 ‘서비스 파크(Service Park)’에서, 오직 4명의 제한된 인원만이 정비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현대 월드랠리팀의 미캐닉들이 랠리카를 정비하는 모습
l 최고의 미캐닉들이 랠리카를 척척 정비하는 모습도 WRC의 또 다른 볼거리입니다

만약 주어진 정비 시간을 초과해버리면, 그 만큼의 초과시간이 경기 기록에 더해지기 때문에 순식간에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버리고 맙니다. 시간 내에 정비를 끝마치지 못했다면 완전히 수리된 상태가 아니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음 SS를 달려야 합니다.

그래서 정비 시간이 시작되면 최고로 숙련된 미캐닉들이 투입됩니다. 미캐닉들이 마치 한 몸처럼 손발을 척척 맞추며 랠리카를 정비하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죠. WRC의 또 다른 볼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캐닉들의 화려한 정비를 보기 위해 많은 관람객들이 서비스 파크로 모여들곤 합니다.

서비스 파크에서 미캐닉들의 정비를 구경하는 관람객들의 모습
l 미캐닉들의 화려한 정비를 보기 위해 많은 관람객들이 서비스 파크로 모여듭니다

경기가 진행되지 않는 야간에도 위의 규칙은 여전히 적용됩니다. 주어진 정비 시간이 아니라면 랠리카에 손을 댈 수 없습니다. 그 날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면 검차를 거친 뒤에 ‘파크 파르메(Parc Ferme)’라는 공간에 랠리카를 봉인해야 합니다. 밤에 몰래 정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입니다.



3. 주행 중 타이어가 파손되면, 드라이버가 직접 교체한 후 출발!

i20 WRC 랠리카의 타이어를 교체하고 있는 현대 월드랠리팀 티에리 누빌 선수
l i20 WRC 랠리카의 타이어를 교체하고 있는 현대 월드랠리팀 티에리 누빌 선수

별도로 주어진 정비 시간 이외에, 타이어를 교체해야 하는 등 긴급정비가 필요한 상황이 닥치면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가 직접 랠리카를 정비해야 합니다. 미캐닉의 도움 없이 차량에 싣고 있는 도구만을 사용해서 정비해야 하죠. 그 밖의 사람들이 정비에 개입을 하면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선수들이 재빨리 랠리카에서 내려 긴급정비를 마치고 다시 출발하는 장면도 WRC만의 이색적인 볼거리입니다.

한편, WRC에는 재미있는 관람문화가 있는데요. 랠리카가 균형을 잃고 넘어졌을 때, 관람객들이 뛰어와 랠리카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랠리카를 복구하는 과정에 자신도 참여했다는 사실에 짜릿함을 느끼는 것이죠. 하지만 드라이버 이외의 인원이 정비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의 도움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4. 질주하는 랠리카 앞에 농업용 트랙터가 나타나기도 한다?!

프랑스 랠리에서 마을의 좁은 골목길 사이를 질주하고 있는 i20 WRC 랠리카
l 프랑스 랠리에서 마을의 좁은 골목길 사이를 질주하고 있는 i20 WRC 랠리카

경기를 위해 따로 마련된 코스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일반도로에서 경기가 펼쳐진다는 것도 WRC의 재미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한적한 시골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랠리카가 아슬아슬하게 질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일반도로에서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드라이버들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아래의 영상은 2015년 독일 랠리 중에 WRC 경기가 진행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일을 하던 농업용 트랙터가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오면서 드라이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자주 벌어지는 것이 WRC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2015년 독일 랠리 중, i20 랠리카 앞으로 갑자기 농업용 트랙터가 나타나는 모습
l 2015년 독일 랠리 중, i20 랠리카 앞으로 갑자기 농업용 트랙터가 나타났습니다



5. 모든 자동차가 WRC 랠리카로 변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현대자동차 i20의 모습
l 연간 2만 5000대 이상 판매되는 소형 양산차만이 랠리카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WRC 경기에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정한 규칙에 따라 제작된 랠리카만이 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랠리카는 험난한 코스를 달릴 수 있도록 양산차에 개조를 거친 차량인데요. 개조의 기반이 되는 차량은 반드시 연간 2만 5000대 이상 판매되는 소형 양산차여야 합니다. 현대자동차의 i20도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에 랠리카로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랠리카에는 마그네슘이나 티타늄 등 복합재료를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도 있는데요. 고급 재료를 사용하면 더 높은 성능의 랠리카를 만들 수 있을 텐데, 왜 금지하는 것일까요? 랠리카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대신, 엄청난 액수의 제작비가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WRC에 참가할 수 있는 업체가 줄어들고 말겠죠. 그래서 더 많은 업체들이 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런 규정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안전상의 이유로 엔진의 성능, 랠리카의 크기와 무게 등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어서, 이를 지키면서 제작된 랠리카만이 WRC에 참전할 수 있습니다.



6. 내년부터 랠리카에 적용되는 기술 규정이 달라진다?!

새로워진 WRC 규정에 맞춰 개발되고 있는 2017년형 i20 랠리카의 프로토타입
l 새로워진 WRC 규정에 맞춰 개발되고 있는 2017년형 i20 랠리카의 프로토타입

그런데 2017년부터 랠리카에 적용되는 WRC 기술 규정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랠리카의 성능을 더 높일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에 현대 월드랠리팀도 새로운 규정에 맞추어 i20 기반의 2017년형 랠리카를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위장막으로 래핑되어 있는 프로토타입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WRC 규정에서는 터보차져의 흡기구 폭 제한이 34mm에서 36mm로 완화되어 엔진 출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2017년형 i20 랠리카의 엔진 최고출력이 기존의 300마력에서 380마력으로 늘었습니다. 랠리카 최소 중량에 대한 규정도 1,200kg에서 1,175kg로 완화됐으며 더 큰 리어 스포일러를 장착할 수 있게 되어, 더 가벼운 차체에 공기역학적 성능도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새로워진 랠리카와 함께 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예정인 WRC, 그리고 그 안에서 멋지게 활약해낼 현대 월드랠리팀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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