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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WRC 영국 웨일즈 랠리 리뷰
웨일즈의 진흙탕에서 시즌 피날레를 장식하다2015/11/25by 현대모터스포츠팀

웨일즈는 WRC 코스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힘든 랠리입니다.
시즌 마지막, 이들이 경험하게 될 악조건, 웨일즈에서 현대 월드랠리팀의 시즌 마지막 활약은 어땠을까요?

겨울의 대서양이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드라이버에게는 가장 어려운 코스. 영국 웨일즈 랠리입니다
l 겨울의 대서양이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드라이버에게는 가장 어려운 코스. 영국 웨일즈 랠리입니다



웨일즈는 지난 몇 년 동안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랠리였습니다. 이곳은 지금까지 거쳐온 12군데의 랠리 코스 어디서도 보기 힘든 복잡한 환경을 지니고 있죠. 웨일즈 코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진흙탕입니다. 이맘때 웨일즈는 기온이 굉장히 싸늘하기 때문에 축축한 진흙 일부가 얼어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구간이 진흙탕인데다 곳곳에 얼음과 물 웅덩이가 자리하고 있어 타이어 그립이 일정하게 발휘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굉장히 미끄럽기까지 하죠. 이렇게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코스들이 이어지는 탓에 시즌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만 합니다. 시즌 마지막을 바라보는 여유 따위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 곳이라는 뜻이죠.



드라이버 라인업

캐빈 아브링과 함께 티에리 누빌이 현대 모비스 월드랠리팀 소속으로 달리게 됐습니다
l 캐빈 아브링과 함께 티에리 누빌이 현대 모비스 월드랠리팀 소속으로 달리게 됐습니다

이번 랠리에서는 드라이버 라인업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우선, 슬럼프로 인해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티에리 누빌에게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휴식의 시간을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다는 것, 그리고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2016년 시즌을 보다 안정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팀과 티에리 누빌 모두 어려운 결정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티에리를 대신해 7번 차량에 오르는 드라이버는 다니 소르도. 다니는 지난 스페인에서 기량이 향상됐음을 입증했고, 그가 가진 풍부한 경험은 시즌을 마무리하는 팀에 분명히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원래 다니가 탔던 8번 차량에는 최근 점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헤이든 패든이, 그리고 현대 모비스 월드랠리팀에는 메인 라인업에서 제외된 티에리 누빌과 함께 다시 돌아온 케빈 아브링이 각각 20번과 10번 차량에 오르게 됐습니다.



이렇게 힘든 곳이었던가? - Day 1

진흙과 웅덩이가 많은 탓에 그립이 불안정하여 똑바로 달리는 것조차 힘든 첫째 날을 보냈습니다
l 진흙과 웅덩이가 많은 탓에 그립이 불안정하여 똑바로 달리는 것조차 힘든 첫째 날을 보냈습니다

모두가 이곳이 힘든 코스임을 알고 있던 웨일즈였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힘들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첫째 날부터 불운이 연속해서 터져 나왔습니다. 첫째 날에도 어김없이 현대 월드랠리팀 앞에는 번들거리는 진흙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진흙탕 코스의 경우 먼지로 인해 시야가 방해되는 일도 없고, 도로 위에 돌이나 자갈이 있어도 마른 노면만큼 크게 문제가 되진 않지만, 반대로 그만큼 도로가 쉽게 망가지기 때문에 일부 코너에서는 라디에이터에 잔뜩 패인 흔적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 월드랠리팀은 SS1를 순조롭게 소화했습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 제조사 순위 2위 탈환이라는 중차대한 목표가 걸려 있었기 때문에 마냥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죠. SS1~2까지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듯했던 팀은 그만 SS3에서 첫 번째 홍역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현대 모비스 월드랠리팀으로 잠시 물러나 이번 랠리를 소화하고 있던 티에리 누빌이 나무와 충돌하면서 휠이 파손되는 사고를 겪어야 했습니다. 상황은 꽤 심각한 편이어서 서스펜션과 스태빌라이저까지도 문제가 생기고 말았죠.

비와 웨일즈 랠리는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번 랠리에서도 끊임없이 비가 내렸죠
l 비와 웨일즈 랠리는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번 랠리에서도 끊임없이 비가 내렸죠

시즌 네 번째 랠리에 출전하는 케빈 아브링은 냉각 계통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엔진이 과열돼 스테이지를 완전히 소화하지 못하고 그대로 리타이어 했습니다. 특히 이 고장은 서비스 파크에서 단시간에 수리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에 다음 날에도 출전을 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였죠.

이렇게 SS3에서 홍역을 치른 현대 월드랠리팀은 두 명의 드라이버가 사고로 리타이어를 한 것을 제외하면 다니 소르도가 종합 6위, 헤이든 패든이 7위를 기록하면서 조심스럽게 전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면의 특성에 조금씩 적응해가던 헤이든마저 스핀을 일으키며 시간을 허비하며 결국 7번 차량에 오른 다니 소르도가 팀 전체를 이끌어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불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헤이든 패든의 차량에 전기계통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또다시 기록을 손실했기 때문입니다.

파워 슬라이드로 코너를 공략하는 장면. 랠리에서 자주 쓰이는 코너링 기술이죠. ‘스칸디나비안 플릭’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l 파워 슬라이드로 코너를 공략하는 장면. 랠리에서 자주 쓰이는 코너링 기술이죠. ‘스칸디나비안 플릭’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현대 월드랠리팀을 제외하고 다른 팀에서도 대부분 크고 작은 사고들이 연속해서 일어났는데, 어떤 경우는 물웅덩이에 풍덩 빠져 헤어나지 못하기도 했고, 진흙이 라디에이터를 완전히 막아버리거나, 주변에 박아놓은 통나무에 타이어가 찢겨나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웨일즈는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곳이라는 뜻이겠죠.

너무나 길게 느껴졌던 첫째 날. 총 여섯 개의 스테이지를 모두 마친 후 현대 월드랠리팀은 다니 소르도가 5위, 헤이든 패든이 7위를 기록하며 다음날을 기약해야만 했습니다.



끝이라 생각했던 불운은 계속 이어지고 - Day 2

코스에 기름이라도 뿌려 놓은 것처럼 도로가 번들거립니다. 실제로도 굉장히 미끄러운 곳입니다
l 코스에 기름이라도 뿌려 놓은 것처럼 도로가 번들거립니다. 실제로도 굉장히 미끄러운 곳입니다

웨일즈는 시즌을 마칠 생각에 들뜬 드라이버들을 끝까지 괴롭힐 생각이었나 봅니다. 둘째 날 SS7의 시작을 앞두고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립을 유지하며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닌, 일단 사고 없이 완주하는데 주력해야 할 상황입니다.

헤드라이트를 환하게 밝힌 현대 i20 WRC가 진흙 바닥을 박차고, 빗속을 뚫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메인에서 서브 라인업으로 빠진 티에리 누빌은 어제의 리타이어로 인해 랠리2로 출발했는데, 포인트 획득에 대한 압박이 사라져서일까요? 여유가 생긴 티에리는 SS7에서 오랜만에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비와 안개로 인해 시야가 상당히 좁았음에도 코 드라이버 니콜라스 질솔의 정확한 페이스 노트 덕분에 순조롭게 빗속을 뚫을 수 있었죠. 하지만 아쉽게도 티에리의 성적은 목표달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페이스를 되찾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밀려오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다음 스테이지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티에리가 SS8에서 다시 한번 1위를 차지한 것이죠. 다들 힘들어하는 가운데 유독 티에리만 펄펄 날아다니며 그는 간단히 스테이지 1위를 거머쥐었습니다.

물웅덩이에서 진흙을 털어냅니다. 차체에 달라붙은 진흙의 무게는 대략 100kg 이상! 이쯤 되면 그깟 진흙이라고 무시할 수 없겠죠
l 물웅덩이에서 진흙을 털어냅니다. 차체에 달라붙은 진흙의 무게는 대략 100kg 이상! 이쯤 되면 그깟 진흙이라고 무시할 수 없겠죠

티에리 누빌의 스테이지 우승은 정말 기쁜 일이지만,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팀 성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안타까움만 배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티에리의 실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약간의 휴식 시간을 가진 후에는 반드시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웨일즈는 끝까지 팀을 괴롭혔습니다.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종합 4위를 지키고 있던 다니 소르도의 i20 WRC의 기어박스에 문제가 생기면서 벽과 부딪히는 사고를 겪어야 했습니다. 심각한 손상은 아니었지만, 시간 손실은 피할 수 없었고, 결국 6위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오전에 두 번이나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했던 티에리 누빌은 결국 움푹 팬 웅덩이에서 튀어 오르다 그만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겪게 됩니다. 운반에 앞서 잠시 쌓아둔 통나무 벽과 부딪히면서 차량은 심하게 파손되고 말았죠. 티에리의 차량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으며 롤케이지까지 찌그러졌습니다. 이 부분은 차체 강성과 안정성 그리고 안전과도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손상이나 미세한 균열만 발생해도 FIA에서 바로 리타이어 조치를 시킵니다.

티에리는 너무 운이 없었습니다. 첫째 날에 이어 둘째 날에도 리타이어를 하고 말았죠
l 티에리는 너무 운이 없었습니다. 첫째 날에 이어 둘째 날에도 리타이어를 하고 말았죠

다행히 티에리는 다친 곳이 없었지만, 이렇게 웨일즈 랠리를, 그리고 2015 WRC 시즌을 마무리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헤이든마저도 리에종(연결 구간)을 달리다가 충돌하는 사고를 겪으면서 현대 월드랠리팀은 정말 혹독하게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 다니가 여전히 종합 5위를, 헤이든이 6위를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고 가야 할 길은 너무 멀게만 느껴집니다.



2015년 WRC 시즌의 마무리 - Final Day

이제 마지막 시즌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바로 새로운 시즌이 시작됩니다
l 이제 마지막 시즌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바로 새로운 시즌이 시작됩니다

피날레라고 하면 뭔가 들뜬 기분이 들어야 하는데, 웨일즈의 날씨는 그런 기분조차 허락하지 않습니다. 어제에 이어 마지막 날도 비는 계속 내렸고, 한술 더 떠서 바람까지 매우 강하게 불었습니다. 거기에 안개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는 환경이었죠. 두 명의 드라이버만으로 마지막 피날레를 맞아야 하는 상황에서 다니와 헤이든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위험한 환경 속에서 달려야 한다는 것, 실수를 범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두 드라이버는 빗길로 향했습니다.

SS16에서 한 명의 라이벌 드라이버가 리타이어로 빠지면서 헤이든의 순위가 한 계단 상승했습니다. 지독한 불운 끝에 찾아온 약간의 행운이었다고 해도 좋겠군요. 다니 소르도는 스테이지 3위를 차지하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고 침착하게 다음 스테이지로 향했습니다.

비가 더 많이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옵니다. 웨일즈에서는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습니다
l 비가 더 많이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옵니다. 웨일즈에서는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습니다

하지만 빗줄기가 더욱 거세지면서 두 드라이버 모두 웅덩이와 진흙탕을 넘나드느라 진땀을 흘렸습니다. 순위 상승보다는 안전한 레이스를 위해 순위를 유지하는 쪽으로 경기를 운영했습니다. 이렇게 경기를 차근차근 풀어가던 현대 월드랠리팀은 SS18에서 헤이든이 3위로 오르는 기쁨을 잠시 맛본 후 마지막 파워 스테이지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거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지막 코스를 달린 헤이든은 스테이지 5위 그리고 종합 5위를 차지하면서 시즌 전체 성적 9위로 이번 해를 마무리했습니다. 작년과 비교해보면 헤이든은 그야말로 눈부시게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현대 월드랠리팀과 함께 할 예정이기에 그의 활약에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겠죠.

한편 다니 소르도는 종합 4위를 차지하며 현대 월드랠리팀을 마지막까지 잘 이끌어주었습니다. 그는 다른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이 엄청난 고난과 역경을 겪을 때에도 너무나 안정적으로 페이스를 유지했습니다. 그건 그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 때문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015 시즌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그들에게 박수를

시즌의 마지막 경기는 결코 쉽지 않았지만 현대 월드랠리팀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l 시즌의 마지막 경기는 결코 쉽지 않았지만 현대 월드랠리팀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현대 월드랠리팀은 이번 시즌 제조사 순위 3위를 차지하며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물론 원하던 목표였던 제조사 순위 2위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데뷔 2년차에 불과한 팀이 벌써 제조사 순위 2위를 두고 다툴 수 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랠리와 더불어 이번 시즌 전체를 두고 팀 총책임자 미쉘 난단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다하여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겨우 두 번째 시즌을 맞이했을 뿐입니다. 현대 월드랠리팀을 응원해준 전세계 팬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15년 시즌이 이제 막 끝났지만, 우리는 이미 2016년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더욱 강하고 노련한 모습으로 2016년을 시작할 현대 월드랠리팀의 2016년을 기대해주세요!
l 더욱 강하고 노련한 모습으로 2016년을 시작할 현대 월드랠리팀의 2016년을 기대해주세요!

이렇게 현대 월드랠리팀의 2015년 시즌이 모두 끝났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전체를 되돌아 봤을 때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2014년보다 더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2년동안 눈에 띄는 성과도 많았지만,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들은 더 많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그 성과들이 큰 결실로 다가올 것이라 믿습니다.

치열했던 2015 WRC 시즌을 끝까지 잘 달려온 현대 월드랠리팀에게 축하의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내년에 더욱 발전한 기술력과 팀워크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현대 월드랠리팀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글. 마요네즈 (모터스포츠 전문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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