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본격적인 시즌의 시작,
2015 WRC 3차전 멕시코 랠리 리뷰(1)2015/03/11by 현대자동차

작년, 현대 월드랠리팀에게 처음으로 트로피를 안겨주었던 맥시코 랠리
빠른 스피드, 희뿌연 먼지와 싸워야 하는 그곳에서 벌어진 4일간의 이야기

뜨거운 기온과 건조한 날씨, 그리고 높은 고도로 드라이버들을 괴롭히는 코스, 멕시코
l 뜨거운 기온과 건조한 날씨, 그리고 높은 고도로 드라이버들을 괴롭히는 코스, 멕시코



2014년 3월. WRC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던 현대 월드랠리팀으로부터 아주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티에리 누빌이 현대 월드랠리팀에게 첫 번째 3위 트로피를 안겨줬다는 소식이었고,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멕시코는 현대 월드랠리팀에게는 조금 특별한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냉각수를 대신해 맥주를 부어가면서 차지한 트로피이기에 티에리에게도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겠죠. 올해에도 현대 월드랠리팀은 멕시코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변수가 워낙 많아 쉽진 않겠지만, 작년의 기억과 경험은 현대 월드랠리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티에리 누빌은 작년 멕시코에서 처음으로 현대 월드랠리팀에게 트로피를 안겨주었습니다
l 티에리 누빌은 작년 멕시코에서 처음으로 현대 월드랠리팀에게 트로피를 안겨주었습니다



멕시코 랠리 프리뷰

멕시코에 도착했다는 것은 이제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몬테카를로와 스웨덴은 13개의 WRC 경기 중에서도 조금 독특한 곳에 속하는 편인데 반해, 멕시코는 랠리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이와 같은 환경에서 경기를 펼칠 일이 많기 때문에 이곳은 어떤 의미에서는 시즌 출발에 앞서 기량을 최종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무대로 해석해도 좋을 것입니다.

멕시코는 코스의 96%가량이 비포장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랠리입니다. 아스팔트와 비포장이 혼합된 스페인은 끝으로 잠시 이런 환경을 잊고 지냈던 랠리 팀들은 본격적인 랠리 환경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죠. 특히나 지난 두 경기와는 전혀 다른 그립감과 리듬감, 그리고 스피드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이번 랠리의 성적을 판가름하는 잣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흙먼지와 자갈, 그리고 떨어지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낭떠러지. 전형적인 랠리의 풍경입니다
l 흙먼지와 자갈, 그리고 떨어지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낭떠러지. 전형적인 랠리의 풍경입니다

어느 무대나 혹독하지 않은 곳은 없지만, 이곳은 남미 특유의 건조하고 뜨거운 환경에 특히 고도가 높은 곳을 달릴 때가 많아서 엔진 출력 저하와 더불어 차량 시스템 전반에 부담이 큰 편에 속합니다. 가장 높은 곳은 무려 2,738m에 달하기 때문에 이 고도에서도 원활하게 공기를 흡입해 출력으로 바꾸어야 하며, 따라서 엔지니어들에게도 이곳은 몇 가지 숙제를 떠안아야 하는 곳입니다.그래서 드라이버들도 그립감이나 리듬감에 적응을 빨리 해야 하지만, 미케닉들과 엔지니어들 역시 오랜만에 경험하는 환경에 빨리 적응을 해야만 하죠.

높은 고도는 i20 WRC에게도 부담스러운 환경입니다. 엔진이 원하는 양의 공기를 마실 수 없으니까요
l 높은 고도는 i20 WRC에게도 부담스러운 환경입니다. 엔진이 원하는 양의 공기를 마실 수 없으니까요

또 하나, 절대적으로 주의해야 할 점은 빠른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절대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산악 지형을 통과해야 하는 탓에 약간의 실수만 일어나더라도 전복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대가는 아주 혹독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정이 아주 빡빡한 관계로 드라이버, 차량, 미케닉 그리고 모든 팀 구성원들의 체력적, 심리적 부담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환경을 더 많이 경험해야 하기 때문에 푸념만 늘어놓을 순 없는 일이었지요.

다니 소르도가 몬테카를로 이후 다시 돌아왔습니다. 늑골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l 다니 소르도가 몬테카를로 이후 다시 돌아왔습니다. 늑골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이버 라인업

지난 스웨덴 랠리를 앞두고 자전거 훈련 도중 부상을 입어 부득이하게 결장해야 했던 다니 소르도가 약속한 것처럼 멕시코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티에리 누빌과 함께 멕시코 랠리 정복에 나선 다니 소르도는 현대 월드랠리팀에 무사히 합류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 소감을 잊지 않았는데요.

“멕시코 랠리를 앞두고 팀에 다시 합류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스웨덴 랠리를 건너뛰고 푹 쉴 수 있었던 점이 빠른 복귀를 도운 것 같습니다. 지난 랠리에서 팀에서 내보낸 두 대의 차량 모두 Top5에 진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 역시도 누구보다 기뻤습니다. 그리고 저는 멕시코 랠리 테스트를 위해 스페인에서 치러진 연습주행에 빨리 합류하기로 결정했지요. 멕시코 랠리에 대한 경험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2014년에는 아쉬운 결과였지만, 2013년에는 4위로 들어온 적이 있었고, 그래서 올해는 조금 더 나은 성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극단적일 정도로 긴 랠리 일정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되도록 한번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해야 하며, 만약 실수가 일어나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래도 스페인어로 저를 응원해주는 팬들이 많아서 이곳에 오면 늘 기분이 좋습니다. 빨리 8번 차량에 오르고 싶어 견딜 수 없네요.” 라며 재합류의 소감을 밝혔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처음 달려보는 헤이든 패든, 아직 그는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할 때입니다
l 멕시코에서는 처음 달려보는 헤이든 패든, 아직 그는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지난 스웨덴에서 아이스&스노우 랠리를 처음 경험해본 헤이든 패든이 이번에도 함께 하게 됐습니다. 멕시코 역시 그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무대이지만, 비포장 랠리 자체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하네요.

끝으로 현대 월드랠리팀의 간판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이 작년에 이어서, 그리고 지난 경기에 이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멕시코에 합류했습니다.

현대 월드랠리팀의 멕시코 랠리 첫 번째 날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l 현대 월드랠리팀의 멕시코 랠리 첫 번째 날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좋은 출발 하지만 안타깝게 찾아온 불운-Day1

첫 째날, 출발은 한밤중에 이루어졌습니다. 멕시코 구아나후아토 시가지에 마련된 1km 남짓의 특설 무대에서 SS1이 치러졌습니다. 본격적인 랠리는 다음날 아침부터 펼쳐지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쓸모없는 시간으로 보낼 순 없는 노릇입니다.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 해야 하는 것이 프로페셔널의 자세이니까요.

이곳은 벽돌로 된 도로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으며, 좁은 도로 폭과 터널까지 배치되어 있어 실수가 일어나면 상당히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티에리 누빌은 스웨덴에서 얻은 자신감을 이곳까지 잘 이어왔고, 결국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일단 출발은 매우 좋은 셈이지요. 이어지는 스테이지에서도 티에리는 자신의 기량을 꾸준히 유지했으나, 아쉽게도 SSS2(슈퍼 스페셜 스테이지)에서 4위를 기록해야 했습니다. 첫 번째 날 밤까지 현대 월드 랠리팀이 거둔 성적은 티에리 누빌이 종합 3위, 다니 소르도가 종합 9위, 헤이든 패든이 17위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엔 이릅니다. 이제 겨우 두 개의 스테이지만을 소화했을 뿐이며, 특히나 두 스테이지 모두 거리가 아주 짧은 곳이었기 때문에 전체 시간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바짝 메마른 땅에서 피어 오르는 먼지는 3분이 지나도 쉬 가라앉지 않습니다
l 바짝 메마른 땅에서 피어 오르는 먼지는 3분이 지나도 쉬 가라앉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부터 이어지는 일정을 잘 소화한다면 분명 순위는 급격히 뒤바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이어지는 SS3는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시작됐습니다. 무척 뜨거울 것으로 예상했던 날씨는 예상보다 포근했지만, 건조함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출발 순서도 무척 중요한데, 우선 노면에 깔린 먼지나 돌들을 누가 먼저 정리하는가? 그리고 앞서 달린 차량이 남긴 먼지가 얼마나 빨리 가라앉는가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티에리는 두 번째로 출발하게 되었고, 그래서 걱정도 뒤따랐습니다. 주최측에서 먼지를 이유로 출발 순서를 조절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시야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게다가 코스 폭이 매우 좁고, 서서히 위로 상승하는 구간이기 때문에 달라진 무게 중심에 따른 정확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구간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았지만, 티에리 누빌은 불편한 시야 확보에도 불구하고 첫째 날에 이어 이번에도 스테이지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어제 떨어진 순위를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높은 산자락을 배경으로 산을 타넘어 다녀야 합니다. 실수가 일어나면 바로 뒤집어지죠
l 이렇게 높은 산자락을 배경으로 산을 타넘어 다녀야 합니다. 실수가 일어나면 바로 뒤집어지죠

마찬가지 헤이든 패든 역시 스테이지 7위로 껑충 뛰어 오르면서 오전 일정을 기분 좋게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부상으로 인해 한 번의 랠리를 건너 뛰어야 했던 다니 소르도였는데, 아무래도 경기력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이번 랠리에서는 무리한 전개보다는 안정적인 페이스를 되찾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다니 역시 이 스테이지를 8위로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종합 순위를 한 계단 더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SS3를 잘 마무리하면서 현대 월드랠리팀의 본격적인 일정의 출발은 매우 순조로운 듯 했습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SS4 엘 초콜라떼는 이름과 달리 현대 월드랠리팀에게 그리 달콤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이전 스테이지에서도 경쟁 팀 중 한 차량이 웅덩이에 빠지는 사고가 있었을 만큼 사고 확률이 높은 것이 멕시코 랠리의 특징인데, 현대 월드랠리팀에게도 사고의 불운이 서서히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죠.

트랙 주변에 널린 날 선 파쇄석들은 타이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l 트랙 주변에 널린 날 선 파쇄석들은 타이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게다가 SS4 섹션에서는 멕시코 랠리 일정 중 가장 높은 고도까지 올라가야 했기에 차량에 가해지는 부담, 그리고 출력의 저하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멕시코 랠리를 처음 경험해본다는 헤이든 패든에게 불운이 먼저 닥치기 시작했습니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미끄러지면서 큰 사고를 당한 헤이든 패든의 차량은 뒷부분이 심하게 파손되었고, 결국 이날은 리타이어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테이지를 리타이어한 헤이든은,

“첫 번째 날이기에 더욱 완벽히 해내고 싶었습니다. SS3 결과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지요. 차량 상태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SS4 엘 초콜라떼에서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미끄러운 노면에서 실수를 일으켰습니다. 리어가 잠긴 상태에서 미끄러졌고, 결국 바위를 치고 말았어요. 결국 프론트와 리어 서스펜션에 심각한 손상이 있었고, 당장 고칠 수 없는 문제여서 스테이지를 중단해야만 했습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특히나 현대 i20 WRC의 느낌이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내일 다시 랠리2 규정으로 복귀할 것입니다. 하지만 거친 환경에 빨리 적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티에리도 이날 일정을 소화하던 도중 이른 시간에 큰 사고를 당해야 했습니다
l 티에리도 이날 일정을 소화하던 도중 이른 시간에 큰 사고를 당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이후에 펼쳐진 SS5에서 티에리가 스테이지 우승을 다시 한번 차지했고, 다니는 완벽하지 못한 경기력이었지만, 자신의 페이스를 잘 지키면서 순위를 유지해갔습니다. 오전 일정을 마친 현대 월드 랠리팀의 성적은 티에리 누빌이 종합 2위, 다니 소르도가 종합 7위를 유지하고 있었고, 오전에 한번 혹독한 경험을 했던 터라, 오후에는 다소 순조롭게 펼쳐질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또 다시 엘 초콜라떼는 이름과는 전혀 다른 혹독함을 현대 월드랠리팀에게 선물했습니다. 오전에 이미 헤이든이 이곳에서 실수를 일으켰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며 최대한 첫 째날 일정을 순조롭게 마치고자 했던 현대 월드랠리팀의 티에리 누빌은 그만 SS8 엘 초콜라떼에서 타이어 파손을 경험해야 했고, 빠른 스피드와 리듬으로 이동하던 중에 생긴 사고였기에 그의 i20 WRC는 미끄러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헤이든과 티에리는 랠리2규정을 적용 받아 다음 날 다시 출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차량 수리라는 숙제가 남아있었지요
l 헤이든과 티에리는 랠리2규정을 적용 받아 다음 날 다시 출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차량 수리라는 숙제가 남아있었지요

그리고 그 사고는 헤이든의 사고와 마찬가지로 간단하지 않았죠. 티에리의 i20 WRC는 앞쪽에 심각한 손상이 생겼고, 결국 라디에이터까지 파손되는 사고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스테이지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전복 사고여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결국 티에리도 리타이어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지요. 무엇보다 티에리는 SS8이전까지 종합 2위로서 멕시코에서 다시 한번 시상대 입성을 노리고 있던 터였기에, 안타까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와중에도 다니 소르도는 꾸준히 자신의 페이스를 지켜갔고, 결국 첫 번째 날 현대 월드 랠리팀의 티에리 누빌과 헤이든 패든에게 생긴 불운으로 마지막까지 경쟁에 합류할 사람은 다니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량이 완벽한 상태까지 올라오지 못했다는 점은 이어지는 일정을 부담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 2편에서 계속 -



글. 마요네즈 (모터스포츠 전문 블로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