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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WRC 호주 랠리 리뷰
현대 월드랠리팀, 황무지 랠리코스를 달리다2015/09/22by 현대모터스포츠팀

100% 아스팔트 랠리였던 독일과 완벽히 다른 환경의 호주에 도착한 현대 월드랠리팀,
과연 이들은 완전히 달라진 환경의 호주 랠리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었을까요?

붉은 모래와 먼지, 그리고 수없이 뿌려져 있는 자갈은 호주 랠리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l 붉은 모래와 먼지, 그리고 수없이 뿌려져 있는 자갈은 호주 랠리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2015년 현대 월드랠리팀이 맞은 WRC 열 번째 경기 무대는 호주입니다. 독일과 비교하면 호주는 완벽히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100% 포장도로였던 독일과 달리 호주는 완벽한 비포장 도로여서 이전 랠리에서 경험한 대부분의 것들이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게다가 50km에 달하는 남부카 스테이지는 WRC 시즌 중 가장 긴 스테이지에 속하기도 해 약간의 실수만으로도 엄청난 순위 변동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어려운 환경의 호주에서 현대 월드랠리팀은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두었을까요?



드라이버 라인업

헤이든 패든의 사인을 받으러 온 붉은 머리의 어린 소녀, 호주는 헤이든의 홈 랠리이기도 합니다
l 헤이든 패든의 사인을 받으러 온 붉은 머리의 어린 소녀, 호주는 헤이든의 홈 랠리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라인업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티에리 누빌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비포장 도로 특히 호주 랠리 경험이 다소 부족한 다니 소르도가 현대 모비스 월드랠리팀으로, 대신 뉴질랜드 출신으로 호주 지형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헤이든 패든이 다니를 대신해 현대 쉘 월드랠리팀으로 자리를 잠시 옮겼습니다. 이런 라인업이 변화는 그만큼 헤이든이 가진 경험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며, 동시에 헤이든이 이번 시즌 보여준 성과가 팀의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웠다는 뜻일 것입니다.

특히 헤이든 패든에게 호주는 인접 국가인 뉴질랜드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거의 홈 랠리와도 같은 랠리입니다. 특히 올해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패든을 응원하기 위한 근처 뉴질랜드의 많은 팬들이 호주 랠리를 찾아왔는데요. 많은 팬의 응원을 등에 업고 달린다는 점에서 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순조로웠던 오전, 아쉬웠던 오후 - Day1

호주는 독일과는 완전히 다른 코스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벽한 비포장 도로이기 때문이죠
l 호주는 독일과는 완전히 다른 코스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벽한 비포장 도로이기 때문이죠

오전 8시. 이른 아침부터 호주 랠리가 시작됐습니다. 목축업이 발달한 나라답게 코스 근처 목장의 소들도 함께 랠리를 감상하기 시작했죠. 시야가 탁 트인 목초지에서 첫 번째 스테이지를 맞이한 현대 월드랠리팀의 다니 소르도는 호주 랠리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스테이지 1위를 차지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고, 호주가 거의 홈 랠리와 다름없는 헤이든 패든 역시 스테이지 2위를 차지하며 자신감 넘치는 실력을 뽐냈습니다.

게다가 이 페이스는 다음 스테이지에서도 이어졌죠. 숲길로 변한 코스를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거침없이 코스를 누볐고, 결국 다니가 또 한번 스테이지 우승, 그리고 헤이든도 이어서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순조롭게 오전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티에리 누빌은 좀처럼 미끄러운 호주의 모래 바닥에 적응하지 못하며 페이스가 늦춰지는 모습이었고, 종합 7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다니는 이날 연속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며 미디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l 다니는 이날 연속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며 미디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니는 이어지는 스테이지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오전 일정을 거의 완벽히 소화했습니다. 그러나 헤이든은 타이어 마모로 인해 그립을 자주 놓쳐야 했고, 그 탓에 종합 2위는 유지했지만 페이스를 꾸준히 이어가진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티에리는 SS3에서 약간의 자신감을 회복한 것인지, 스테이지 3위를 달성하면서 다소 처져있던 순위를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대기의 이동은 완벽히 멈추었고, 먼지는 공기 중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l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대기의 이동은 완벽히 멈추었고, 먼지는 공기 중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오후가 되면서 먹구름이 밀려왔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비와는 무관하게 이번에는 먼지와 더불어 사소한 문제들이 팀을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비포장 랠리의 경우 먼저 달린 차가 노면의 자갈이나 모래를 코스 밖으로 뿌려주기 때문에 후발 주자에게 유리한 면이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선행 차량이 뿌려놓은 먼지로 인해 시야가 심각하게 방해를 받아 코스를 제대로 공략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특히 이날처럼 먹구름이 잔뜩 낀 날에는 공기의 이동이 거의 없기 때문에 먼지가 쉽게 사라지질 않죠. 결국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시야로 인해 현대 월드랠리팀 드라이버 모두가 오전에 비해 아쉬운 결과를 맺었습니다. 거기에 미끄러운 모래 바닥에서 원하는 그립을 찾을 수 없었다는 점도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었죠.

시야가 좋지 않을 때에는 페이스노트의 정확도와 중요성이 더욱 높아집니다
l 시야가 좋지 않을 때에는 페이스노트의 정확도와 중요성이 더욱 높아집니다

페이스가 좋지 못했던 티에리 누빌은 아쉬웠던 오후 랠리를 마치고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남겼습니다. “SS4에서는 차량 셋업 문제로 인해 약간 고전하긴 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만족합니다. 일단 점심시간에 서비스 파크에 들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고, 페이스 노트 역시 수정하려고 했는데,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오후가 되면서 조금 더 좋아진 느낌입니다. 물론 먼지 때문에 힘들었지만, 내일은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날이 될 것 같습니다.”



먼지 그리고 어둠과의 싸움 - Day2

오전 오후에만 무려 100km 가량을 달려야 하는 강행군. 하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스테이지가 있습니다
l 오전 오후에만 무려 100km 가량을 달려야 하는 강행군. 하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스테이지가 있습니다

둘째 날에는 가장 중요한 스테이지 두 개를 동시에 소화하게 됩니다. 바로 남부카 스테이지라 불리는 50km짜리 코스를 왕복해야 하기 때문이죠. 코스가 아주 긴 탓에 페이스 조절이나 실수를 줄이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엄청난 길이의 코스를 달리면서 빠른 속도로 마모되는 타이어를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드 타이어를 끼고 출발한 헤이든 패든은 이미 선행 차량들이 말끔히 치워 놓은 코스 위를 달릴 수 있었고, 타이어의 상태도 완벽했던 덕분에 어제의 아쉬움을 씻고 스테이지 1위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어제 헤이든을 괴롭혔던 스티어링 휠 문제가 밤새 말끔히 해결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스테이지를 공략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헤이든은 남부카 코스를 누구보다 빨리 질주했고, 그는 남부카 트랙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먼저 달린다고, 늦게 달린다고 좋을 건 없습니다. 어느 쪽이든 감당해야만 할 부분이 있으니까요
l 먼저 달린다고, 늦게 달린다고 좋을 건 없습니다. 어느 쪽이든 감당해야만 할 부분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먼지와의 싸움은 계속됐습니다. 앞서 달리는 차량들은 코스 위에 깔린 자갈과 돌, 그리고 모래를 트랙 밖으로 퍼 나르느라 기록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고, 뒤따라가는 차량들은 불과 몇 미터 앞 밖에 보이지 않는 코스를 달리느라 더 애를 먹었죠. 어제 쾌조의 출발을 보였던 다니 소르도는 코스를 뒤덮은 먼지가 차량 내부로 스며들어 숨쉬기가 조금 힘들었다는 이야기도 남겼는데요. 그를 정말로 어렵게 만든 것은 리어 브레이크였습니다. 지금까지 별 문제없던 브레이크가 사소한 문제를 일으켰고, 다니는 적극적으로 코스를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그 탓에 약간의 시간을 지체하면서 남부카 스테이지를 마칠 수 밖에 없었죠.

바람이 없었던 탓에 먼지가 코스 위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먼지는 드라이버들의 시야를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l 바람이 없었던 탓에 먼지가 코스 위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먼지는 드라이버들의 시야를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반면 남부카 스테이지에서 1위를 거머쥔 헤이든은 이어지는 SS10에서 다시 한번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다른 드라이버들이 먼지와 미끄러운 노면으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스테이지를 누볐고, 연속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면서 종합 5위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먼지는 밤이 되면서 더 심각한 방해 요소가 되었습니다. 빛이 난반사 되면서 시야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l 먼지는 밤이 되면서 더 심각한 방해 요소가 되었습니다. 빛이 난반사 되면서 시야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먼지 말고도 드라이버들을 엄습하는 위협 요소는 또 있었습니다. 호주는 남반구답게 여름에 해가 빨리 지는 편인데, 오후 5시쯤 해가 완전히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자 이윽고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어둠에 대비해 추가 라이트를 장착하고 어둠과 먼지를 동시에 헤치고 달린 현대 월드랠리팀은 충분한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페이스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거의 없어 가라앉지 않은 먼지 구름을 뚫고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라이트 불빛이 난반사되면서 시야는 극도로 나빠졌습니다. 현대 월드랠리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이 시야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라이트를 달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앞이 완전히 깨끗하게 보이진 않습니다
l 이렇게 많은 라이트를 달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앞이 완전히 깨끗하게 보이진 않습니다

다행히 티에리 누빌은 먼지로 가려진 시야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스테이지 3위를 기록하면서 종합 순위를 한계단 더 끌어 올렸고, 티에리는 자신의 종합 순위를 5위에 고정시켜두는데 성공하면서 둘째 날 일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팀을 위해 달린 마지막 날 - Final Day

까다로웠던 둘째 날 일정이 모두 끝나고, 이제 마지막 날 일정만이 남았습니다. 이날 스테이지는 어제와는 또 다릅니다. 매 스테이지마다 코스 노면의 특성이 달라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셋팅을 해야 좋을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축축히 젖은 숲에서 출발하지만, 중간에 들어서면 다시 어제처럼 바짝 메마른 모래 땅 위를 달려야 하니까요.

보통 마지막 날에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그러다 실수를 저질러 랠리 전체를 망쳐버린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대 월드랠리팀의 세 드라이버들도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피드를 높이기 보다는 현재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고 실수를 줄이는 쪽으로 경기를 운영했습니다.

먼지만 털어내도 차량 무게가 몇 kg은 더 가벼워 질 것입니다. 그만큼 호주 랠리와 먼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l 먼지만 털어내도 차량 무게가 몇 kg은 더 가벼워 질 것입니다. 그만큼 호주 랠리와 먼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 세 명의 드라이버 모두 자신의 기대 페이스 이상의 스테이지 타임을 보여주며 좋은 컨디션을 발휘했습니다. 헤이든은 스스로도 스테이지 타임에 놀랐으며, 타이어를 아끼려고 페이스를 늦추었음에도 예상보다 주파 시간이 빨라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고 했고, 다니는 마지막까지 계속 속도를 올리면서 기대 이상으로 그립이 좋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조금 더 일찍 그랬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다니의 경우 호주 랠리에 대한 완벽한 경험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랠리에서 아주 많은 성과를 거둔 셈입니다.

헤이든은 5위를 차지하며 팀을 이끌었습니다. 내년에도 현대 월드랠리팀에서 그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l 헤이든은 5위를 차지하며 팀을 이끌었습니다. 내년에도 현대 월드랠리팀에서 그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현대 월드랠리팀은 마지막까지 큰 실수를 범하지 않고, 각자 자신들의 레이스를 즐기며 모든 일정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제조사 종합 순위 2위 자리를 더욱 확고히 굳힐 수 있었죠.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도 있었지만, 다시금 이야기하면 이번 시즌은 팀에 있어 고작 두 번째 시즌에 불과합니다.

얼마 전 개막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소개와 함께 내년 WRC를 함께할 현대 월드랠리팀의 새로운 i20 WRC 랠리카가 공개됐습니다. 이번 시즌 동안 치렀던 모든 랠리는 고스란히 새로운 시즌, 새로운 차량을 준비하는 마지막 과정에 귀중한 경험과 데이터가 될 것입니다.

다음 무대는 다니 소르도의 홈, 스페인 랠리입니다. 현대 월드랠리팀은 케빈 아브링을 다시 드라이버라인업에 투입해 총 네 대의 차량으로 스페인 랠리에 임할 것입니다. 점점 안정감과 무게감을 더해가고 있는 현대 월드랠리팀의 다음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글. 마요네즈(모터스포츠 전문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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