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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울려 퍼진 애국가①
WRC 9차 랠리 독일 현대 쉘 월드랠리팀 우승2014/08/26by 현대모터스포츠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현대 모터스포츠팀이
독일에서 드디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독일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티에리 누빌이 운집한 미디어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ㅣ 독일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티에리 누빌이 운집한 미디어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후반기 시즌을 위한 업데이트의 결실이 눈앞에 드러났습니다. 시즌 처음으로 경험한 완전한 타막(아스팔트) 랠리에서 현대 모터스포츠팀은 완벽한 페이스와 꾸준함으로 승부를 걸었고, 그 결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데뷔 시즌 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분명히 앞으로 이어질 라운드에서도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현재 월드랠리팀의 서비스 파크 빌딩
ㅣ 현재 월드랠리팀의 서비스 파크 빌딩



독일이 홈 랠리?

현대 모터스포츠팀을 이끌고 있는 미쉘 난단은 독일이 현대 모터스포츠팀에게 일종의 홈 랠리와도 같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한국 팀인데 독일이 홈 랠리? 조금 이상하죠? 하지만 이상할 건 없습니다. 현대 모터스포츠 팀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바로 독일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죠. 유럽을 주 무대로 하는 랠리팀의 경우 각 라운드로 이동하는 데에도 큰 비용이 들고, 특히 개발된 업데이트들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최대한 이동 거리가 짧아야 합니다. 그래야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동 거리의 중심에 있는 독일에 본거지를 마련한 셈입니다. 이외에도 전문 인력들의 채용에도 유리한 면이 있고, 협력사들과의 거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최적의 장소로 독일을 택했으며, 따라서 이번 독일 랠리가 실질적으로 홈 랠리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산과, 포도밭 그리고 흐르는 강물. 이것이 독일 랠리가 전해준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ㅣ 산과, 포도밭 그리고 흐르는 강물. 이것이 독일 랠리가 전해준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시즌 첫 번째 풀 타막 랠리

랠리는 크게 세 가지 주행 환경을 소화해야 하는데, 첫 번째이자 가장 많은 비율로 모래가 깔린 길을 달리게 되며, 다음으로 랠리 스웨덴의 경우처럼 눈이나 얼음이 깔린 길을 달려야 하며, 마지막으로 독일처럼 아스팔트(타막이라 부릅니다)가 깔린 길을 소화하게 됩니다. 그중에서 독일은 대부분의 스테이지가 아스팔트로 깔려 있어서 다른 랠리와는 완전히 다른 주행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타이어의 반응이 앞서 치룬 핀란드와는 판이하게 다르죠. 그래서 타이어 공급사인 미슐랭도 그에 맞는 특별한 타이어 업데이트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랠리 하면 떠올리는, 호쾌하게 미끄러지는 파워 슬라이드나 드리프트의 경우도 타막 위에서는 거의 감상하기 힘듭니다. 그만큼 타이어와 지면 간의 그립이 높아서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타이어 손상이 심하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거의 서킷을 달리듯 그립을 최대한 이용해 달리며, 일부 90° 이상 꺾인 타이트한 헤어핀에서는 핸드 브레이크를 이용한 파워 슬라이드로 통과하지만 대부분 코너에서 코너 사이로 아주 빠르게 타이어 그립을 이용해 통과하는 것이 타막 랠리의 주행 방법입니다.

자신의 i20 WRC와 함께 서 있는 부피에. 타이어의 선택이 독일 랠리의 승패를 좌우했습니다
자신의 i20 WRC와 함께 서 있는 부피에. 타이어의 선택이 독일 랠리의 승패를 좌우했습니다

그러나 타막에도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고속도로 혹은 도심에 쓰이는 타막과는 다른 환경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우선 주행량이 적은 편이고 관리 역시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노면에 먼지가 많고 부분적으로 침하가 일어난 부분도 존재하죠. 게다가 독일 랠리에서는 군사용 도로(주로 탱크들이 이동합니다)를 랠리 스테이지로 사용하는데 차량의 통행량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서킷처럼 그립이 바로 일어나는 환경이 아닙니다.

게다가 트랙의 폭이 좁은 편이고 좌우로 도로보다 낮은 위치에 포도밭들이 펼쳐져 있는 경우도 많아서 폴란드나 핀란드처럼 약간 옆으로 미끄러져도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이곳은 미끄러지면 바로 전복되어 인근 포도농장 주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도 있습니다.

녹색 카펫을 깔아 놓은 듯한 포도농장 사이를 달리는 부피에
ㅣ 녹색 카펫을 깔아 놓은 듯한 포도농장 사이를 달리는 부피에

그리고 다른 레이스도 대체로 그렇지만 중부유럽에서 펼쳐지는 모터스포츠의 경우는 변화무쌍한 날씨와 종잡을 수 없는 기온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편입니다. 혹독하기로 따지자면 어디가 더 심하다고 딱 꼬집을 순 없지만, 적어도 독일은 이전에 경험한 혹독함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고 자주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특히 더 까다로운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이런 조건에 빠른 적응을 위해 7월부터 업데이트와 동시에 적응 훈련을 거쳤습니다. 때문에 조금 더 능숙하게 레이스를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합류한 다니 소르도, 그는 독일 랠리 우승 경험자입니다
 | 오랜만에 다시 합류한 다니 소르도, 그는 독일 랠리 우승 경험자입니다



드라이버 라인업

이탈리아, 폴란드, 핀란드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유호 한니넨과 헤이든 패든은 이번 랠리에서 잠시 빠졌고, 그 자리를 팀의 리드 드라이버인 티에리 누빌과 함께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다니 소르도, 그리고 몬테카를로 이후 처음 합류하는 브라이언 부피에가 함께 했습니다. 이 라인업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다니 소르도는 작년 이곳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고, 티에리 누빌 역시 2위를 차지했었기 때문이죠. 특히 티에리의 경우 랠리가 펼쳐지는 트리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 고향이기 때문에 홈 팬들이 원정 응원을 와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분명 분위기에 힘입어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독일 랠리를 맞이해 새로운 디자인의 헬멧을 가져온 티에리 누빌. 이때만 해도 헬멧의 별이 자신의 첫 번째 우승을 상징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ㅣ 독일 랠리를 맞이해 새로운 디자인의 헬멧을 가져온 티에리 누빌. 이때만 해도 헬멧의 별이 자신의 첫 번째 우승을 상징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랠리 도이칠란드는 제 홈 랠리와 다름없습니다. 아마 벨기에에서 팬들이 많이 찾아오실 것 같고, 제 친구들이나 가족들 역시 스테이지 옆에서 저를 지켜봐 줄 것 같습니다. 현대 i20 WRC카로는 처음 타막을 달리는 것이기 때문에 기대가 큽니다. 특히 전 아스팔트에서 꽤 안정감을 느끼는 편이기 때문에 팀에게 이 점이 도움이 될 것 같고, 차량 개발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랠리 도이칠란드에서 성공적인 레이스를 펼치려면 부드럽고 정확한 조작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전부터 꾸준히 테스트를 해왔기 때문에 랠리에 앞서 정확한 셋업을 찾는데에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티에리 누빌은 위와 같이 말하며 높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말끔하게 수리를 마치고 출전을 기다리고 있는 티에리 누빌의 i20 WRC카
말끔하게 수리를 마치고 출전을 기다리고 있는 티에리 누빌의 i20 WRC카



아슬아슬하게 출발한 첫 번째 날. Day1

WRC 일정을 보면 셰이크 다운(Shake Dow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종의 연습주행으로 사전에 실제 페이스에 근접한 상태로 달려보는 것인데요. 그러면서 최종적인 셋업을 찾고 다음날 레이스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일정을 소화하던 도중 그만 티에리 누빌의 차량이 코너에서 미끄러지면서 아래 둑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포도밭 주인이 눈물을 흘릴 일이 생겼죠.

인근 포도밭으로 굴러떨어졌고, 결국 차량은 서비스 파크에 입고되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밤에 있었던 스타트 세러모니에도 티에리 누빌과 니콜라스 질솔은 차량 없이 걸어서 단상 위로 올라가야만 했죠. 무엇보다 과연 다음날 오전까지 차량 정비가 완벽하게 이루어질까가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헤어핀에서는 핸드 브레이크가 필수, 하지만 전날 사고 여파로 티에리 누빌은 무척 애를 먹었다고…
ㅣ 헤어핀에서는 핸드 브레이크가 필수, 하지만 전날 사고 여파로 티에리 누빌은 무척 애를 먹었다고…

그리고 다음날, SS1. 우려와 달리 현대 모터스포츠 미케닉들은 가장 빠른 속도로 18시간 만에 차량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고, 무사히 첫 번째 날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랠리 참가 여부가 불투명했을 정도로 큰 사고였기에 라이벌 팀에서도 무사히 차량이 차고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보고 박수를 보내줬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날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한 자릿수에 가까운 기온으로 인해 체감 온도는 물론이고 노면 온도 역시 아주 낮은 상태였지요. 특히 코스의 특성상 약간의 더트(진흙도로) 구간과 함께 타막(아스팔트)구간을 지나가야 하는데 가뜩이나 그립 레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노면 온도까지 낮아, 빠른 스피드로 코너를 통과해야 하는 이곳에서의 드라이빙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었습니다. 

 다니 소르도 역시 차갑게 식어 있는 노면과 까다롭게 변하는 컨디션으로 쉽지 않은 랠리를 펼쳤습니다
ㅣ 다니 소르도 역시 차갑게 식어 있는 노면과 까다롭게 변하는 컨디션으로 쉽지 않은 랠리를 펼쳤습니다

일단 이런 곳에서는 스피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그립을 잘 확보하면서 달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자주 드리는 이야기지만, 랠리는 이제 겨우 시작했고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다수의 드라이버가 많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런 악조건으로 인해 간간이 실수를 범하는 등 전반적으로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럼에도 다니 소르도가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4위, 그리고 핸드 브레이크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티에리 누빌은 4위를, 오랜만에 참가한 부피에는 12위로 마치면서 SS1을 무난히 소화했습니다. 다만 전날 있었던 전복 사고로 아직 차량의 상태가 완벽하지 못했던 티에리 누빌은 다소 걱정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습니다. 

동화적인 풍경이지만, 드라이버들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없습니다 (옆의 낭떠러지를 보라)
ㅣ 동화적인 풍경이지만, 드라이버들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없습니다 (옆의 낭떠러지를 보라)

독일 랠리가 전반적으로 타막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서 스타트 순서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심각하게 지장을 받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일반적인 랠리 환경에서는 먼지나 코스 위에 모래, 자갈 등을 선행하는 드라이버가 달리면서 대충 치워놓는 역할을 하는데, 운이 좋다면 말끔해진 코스를 달릴 수 있어 기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타막의 경우는 약간의 먼지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치울 것도 없고, 먼지가 일어나 시야를 가리는 일도 드물죠. 대신 코너 안쪽을 살짝 타넘으면서 뿌려놓은 진흙이나 모래로 인해 가뜩이나 미끄러운 노면이 더 미끄러워질 수 있어 차라리 앞쪽에 배치되는 편이 더 나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코스가 심각할 정도로 변형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겠죠.

다니 소르도는 까다로운 첫날 랠리를 무사히 잘 마무리했습니다. 이전 경험이 도움된 것일까요?
ㅣ 다니 소르도는 까다로운 첫날 랠리를 무사히 잘 마무리했습니다. 이전 경험이 도움된 것일까요?

이미 이런 상황에서도 우승을 경험해본 소르도는 비록 자신의 출발 순서에 대해서는 다소 불만을 표했지만, 잘 극복한 덕분에 첫 번째 날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모두 소화한 후에는 종합 순위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 날은 우승이 유력했던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코스에서 이탈하면서 막다른 곳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코스 복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스테이지를 마치는 당혹스러운 사건도 있었고, 쉐이크 다운 때 전복사고를 겪었던 티에리 누빌의 차량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과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하루에만도 다양한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일어났었습니다. 


누빌의 차량에도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결국 다음날 완벽히 해결되었죠
ㅣ 누빌의 차량에도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결국 다음날 완벽히 해결되었죠

그만큼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티에리 누빌에게는 그 이상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고, 다행히 다니 소르도와 함께 종합 5위를 달성하며 첫 번째 날을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현대 쉘 월드랠리팀이 제대로 된 성적을 얻고자 한다면 쉐이크 다운때 일어난 사고의 여파를 말끔히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2014 W RC 9차전 독일 랠리 첫째날의 영상이 궁금하다면

▶ 2014 WRC 9차전 독일 랠리 첫째날의 영상이 궁금하다면?
▶ WRC 9차전 랠리 독일 2편에서 이어집니다.




by 마요네즈
자동차, 모터스포츠 전문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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