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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를 뚫고 펼치는 아찔한 레이스
2014 WRC 10차전 랠리 호주 Day 1-22014/09/19by 현대모터스포츠팀

두 명의 홈 랠리 드라이버와 함께 출발한 호주 랠리에서 또 다시 귀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표지판에 나온 문구 그대로입니다. 호주 랠리는 90%가 그래블 코스로 구성되어 있고, 시즌 중 처음 경험하는 성질의 트랙이 계속 이어집니다

표지판에 나온 문구 그대로입니다. 호주 랠리는 90%가 그래블 코스로 구성되어 있고, 시즌 중 처음 경험하는 성질의 트랙이 계속 이어집니다



다시 먼지 낀 그래블 트랙으로 돌아왔습니다. 독일 랠리에서 우승을 경험한 현대 쉘 월드랠리 팀에게 거는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습니다. 하지만 독일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현대쉘 월드랠리 팀은 또 다른 도전을 맞이해야만 했지요. 캥거루처럼 뛰어 다녀야 했고, 플래시처럼 번쩍이는 햇빛을 이겨내야 했으며, 심지어 우체통의 습격에 주춤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먼지는 호주 랠리에서 랠리 드라이버들을 가장 많이 괴롭힌 공공의 적이었죠. 첫 해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뒤로하고 맞이한 새로운 도전에 임해야 했던 현대 쉘 월드랠리 팀은 어떤 레이스를 펼쳤을까요?



홈 랠리를 맞이한 두 명의 드라이버

헤이든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에게 호주는 제2의 홈 랠리나 마찬가지였죠

| 헤이든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에게 호주는 제2의 홈 랠리나 마찬가지였죠


또 다시 현대 쉘 월드랠리 팀에 합류한 크리스 앳킨슨과 이번 시즌 루키이지만 놀라운 안정세를 보여주고 있는 헤이든 패든에게 호주 랠리는 그리 낯선 곳이 아니었습니다. 호주는 크리스의 고향이죠. 물론 헤이든의 고향은 뉴질랜드로 호주와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지만, 호주에서 많은 경험이 있고, 특히 랠리가 열렸던 주말 내내 헤이든 패든을 응원하고자 따라다녔던 뉴질랜드 키위 팬들이 더 많았다는 사실에 이곳이 헤이든에게도 홈 랠리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바다 건너 뉴질랜드에서 온 헤이든의 팬들은 그가 어딜 가든 동행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 바다 건너 뉴질랜드에서 온 헤이든의 팬들은 그가 어딜 가든 동행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번 랠리가 열린 곳의 위치를 잘 생각해보면 헤이든의 팬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드니에서 그리 멀지 않은, 호주의 남동부 지방에서 개최됐고, 뉴질랜드에서도 비교적 가까운 곳이기에 많은 키위 팬들이 헤이든을 응원하려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죠. 그 어느 때보다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헤이든이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그래블 트랙으로 향해야 했음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독일과는 판이하게 다른 호주의 트랙

춥고 습했던 독일과 달리 호주는 따스하고 건조합니다. 그래서 독일에선 없었던 먼지도 더 많이 일어났습니다

| 춥고 습했던 독일과 달리 호주는 따스하고 건조합니다. 그래서 독일에선 없었던 먼지도 더 많이 일어났습니다

유럽을 벗어나 개최되는 시즌 마지막 랠리인 호주 랠리는 독일과는 완전히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핀란드와 비슷하면서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지요. 독일은 거의 100%아스팔트(타막)로만 구성되어 있었다면, 반대로 호주는 90%가량이 모두 그래블(모래, 자갈이나 진흙으로 다져진 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랠리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아스팔트를 달릴 때와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느낌은 랠리 드라이버가 아닌 우리에게도 아주 큰 차이로 다가오는데, 그보다 더 빠른 스피드로 달려야 하는 그들에게는 무척 험난한 여정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트랙 폭이 좁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스피드를 내기 어렵다는 것과 더불어 이리저리 짧게 휘어진 코너들과 코너 끝에 움푹 패인 웅덩이 그리고 다시 솟구치는 둔덕은 언제든 랠리 카를 잡아먹으려고 입을 벌리고 있고, 트랙은 단단히 다져진 진흙 위에 바람만 불면 날아가는 먼지들로 뒤덮여있어 그립을 잡기가 무척 힘들죠. 

어떤 구간은 열대 우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수풀이 우거져있습니다. 수풀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이 플래시처럼 번쩍입니다
| 어떤 구간은 열대 우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수풀이 우거져있습니다. 수풀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이 플래시처럼 번쩍입니다


그보다 호주 랠리에서 드라이버들을 더 많이 괴롭힌 것은 다름아닌 시야였습니다. 그러니까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죠. 뿌옇게 날린 먼지를 씻어줄 바람도, 비도 드물었기 때문에 앞 차가 지나가고 2분이 지나도록 먼지는 가라앉지 않았고, 또 정글을 연상케 하는 빽빽한 숲은 병풍처럼 바람을 막았으며, 특히 나무 틈새로 비치는 햇살은 마치 카메라 플래시마냥 번쩍거려서 드라이버들의 시야를 극도로 방해했습니다.


이곳은 고도의 집중력과 정확성, 그리고 어떤 방해에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는 담대한 용기가 필요한 곳이었습니다. 그나마 날씨가 오락가락하지 않았다는 것만이 그들에게 유일한 안도감을 심어줄 뿐이었죠.



드라이버 라인업

거의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크리스 앳킨슨. 경기 감각 회복이 그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입니다

| 거의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크리스 앳킨슨. 경기 감각 회복이 그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입니다


독일 랠리에서 티에리 누빌과 함께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다니 소르도와 브라이언 부피에가 잠시 내려가고 크리스 앳킨슨과 함께 시즌 내내 기대를 모았던 헤이든 패든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크리스 앳킨슨과 헤이든 패든에게 호주는 홈 랠리이고, 그래서 이곳의 환경과 조건들에 보다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했기에 이 두 사람에게 거는 기대는 사뭇 남달랐습니다. 물론 독일에서 극적인 드라마를 작성하며 첫 번째 우승을 현대 쉘 월드랠리 팀과 함께 했던 팀의 리드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에게 거는 기대 역시 무척 컸죠. 


미쉘 난단 프린시펄은 랠리를 앞두고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곳의 조건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고 있다는 점은 무척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 명의 우리 드라이버 모두 이곳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지요. 티에리와 헤이든은 이미 경쟁을 해본 경험이 있으며, 특히 크리스는 이곳에서 수 차례 랠리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보다 나은 차량을 개발하는 것이며, 그래서 완주를 통해 팀의 안정을 찾는 것입니다.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지금의 개발 과정들을 꾸준히 유지해 더 나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차량에 특별히 까다로운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새시 일부에 몇 가지 업데이트를 진행해 더 나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유사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해본 결과, 어떤 문제와도 직면하지 않았으며, 그래서 호주에 대비한 만발의 준비를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좁은 산길에 갑자기 등장하는 점프 구간. 착지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 좁은 산길에 갑자기 등장하는 점프 구간. 착지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특히 그래블 트랙에서 차량의 밸런스와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현대 쉘 월드랠리 팀에게 주어진 커다란 숙제 중 하나였으므로, 새로운 업데이트가 성공적인 결과로 맺어지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랠리, 그리고 다음 시즌까지 중요한 경험으로 작용할 테니까요.



사소한 실수들이 일찍부터 발목을 잡았던 첫째 날-Day 1 

첫째 날부터 호주 랠리의 특징들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날씨는 건조했고, 따라서 먼지로 인해 고생할 것이 뻔했죠. 열대 우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빼곡히 서 있는 나무들은 바람을 가로막았고, 산을 깎아 만든 길을 가파르게 올랐다가 다시 가파르게 내려가야만 했습니다. 특히 코너를 돌자마자 바로 내리막길이 시작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하는 둔덕은 차체를 하늘로 띄우기에 충분했습니다. 


이곳에서 잘못 착지하게 된다면 차량 전방에 위치한 라디에이터나 드라이 섬프용 오일 탱크나 파이프에 손상을 입히기 충분하죠. 그리고 좁은 트랙 좌우로 떨어진 낙엽과 자갈, 그리고 단번에 차를 부숴버릴 것 같은 나무들이 서 있는 탓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만 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코 드라이버의 섬세한 페이스 노트와 드라이버와의 호흡이 무척 중요하죠.

좌우로 절벽과 나무가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어 바람이 거의 들어오지 않습니다. 4분이 지나도 먼지가 뿌옇게 남아 있을 정도입니다

| 좌우로 절벽과 나무가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어 바람이 거의 들어오지 않습니다. 4분이 지나도 먼지가 뿌옇게 남아 있을 정도입니다


차량의 손상에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모든 드라이버들은 전방과 계기반을 수시로 번갈아 들여다 봐야 했고, 그 와중에 앞서 달린 차들이 뿌려놓은 먼지들로 인해 시야가 가려지니 긴장은 더욱 고조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최측이 2분 단위로 출발시키던 것을 바람이 거의 없다는 걸 확인하고 3분 단위로 간격을 조정한 덕분에 사정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주변 환경과 차량 상태를 동시에 파악해야 하는 까다로움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결국 티에리 누빌이 첫 번째 실수를 일으키고 말았죠. 누빌은 점프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차량의 전면이 부딪히지 않았나 걱정했고, 그래서 수시로 수온과 오일 온도, 그리고 경고등이 들어오진 않았는지 들여다 봐야 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잠시 집중력을 잃게 됐고, 정션(Junction 교차로, 갈림길)에서 그만 다른 길로 들어서면서 잠시 시간을 허비해야 했죠. 

간간히 코알라를 주의하라는 표지판은 보였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알라는 보이지 않습니다

| 간간히 코알라를 주의하라는 표지판은 보였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알라는 보이지 않습니다


앳킨슨은 오랜만의 출전이라 그런지 일단 경기감각을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 했습니다. 거의 반년 만에 복귀여서, 그간 떨어진 감각을 되살리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헤이든은 이번에도 굉장히 안정적이었습니다. 티에리가 SS1에서 실수를 일으키며 시간이 다소 지체된 것과 달리 헤이든은 꼼꼼히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면서도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스피드를 올리는데 집중했습니다. 


SS3까지 오전 일정을 마친 후 오후가 되면서 노면에 뿌려진 이물질들이 적당히 정리가 됐고, 그립은 조금 더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었고, 따라서 역순으로 진행되는 오후 일정은 조금 더 높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안타깝게도 오후 일정에서 티에리에게 그만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는 SS4를 시작하면서 바위에 차량의 뒤쪽을 부딪히는 사고를 겪어야 했고, 그 탓에 서스펜션이 고장 나고 만 것이죠.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당장 수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 티에리의 차량은 좌우로 비틀거리면서 미끄러운 노면을 헤쳐나가야만 했습니다. 그 탓에 페이스도 좋지 못했고, 순위는 제법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사소한 실수라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구간이 이어집니다. 자연스럽게 속도는 떨어졌고, 정교한 드라이빙에 집중합니다

| 사소한 실수라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구간이 이어집니다. 자연스럽게 속도는 떨어졌고, 정교한 드라이빙에 집중합니다


앳킨슨에게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차량 전면에 약간의 손상이 생겼던 탓에 로드 코스에서 시간을 다소 허비해야 했던 것이죠. 그래도 다행인 것은 헤이든은 여전히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고 첫 날 페이스를 꾸준히만 유지한다면 포인트를 획득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는 점입니다. 물론 헤이든 역시 사소한 차량 문제들로 경고등이 뜨면서 다소 혼란스러웠다고 하네요.


이날 마지막 스테이지는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로 진행됐습니다. 현대 자동차 그룹이 후원하고 있는 만큼 마지막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 곳곳에 현대 로고가 걸려 있어 꽤나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는 콘크리트 벽을 사이에 두고 두 대의 차가 마주 달리는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포장과 비포장 도로가 혼합되어 있고 물 웅덩이와 더불어 꽤나 협소한 탓에 드라이버들의 실력을 가늠하기에 충분한 곳이었죠. SSS가 끝나면서 제법 많은 비가 내리면서 첫째 날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비가 적당히 내리면 분명 먼지를 씻어주는데 도움이 되겠죠?

야간에 펼쳐진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 현대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로 불립니다

| 야간에 펼쳐진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 현대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로 불립니다 


이날 괜찮은 페이스를 보여줬던 헤이든 패든은 “아주 괜찮은 날이었어요. 차량 상태는 나무랄 데 없었어요. 저에게는 처음 경험해보는 스테이지였는데, 아주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오전에는 모래도 많고, 트랙이 너무 부드러워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순탄했습니다. 덕분에 오후에는 자신감도 많이 얻었고, 내일은 페이스를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에게 익숙한 곳이니까요. 너무나 많은 팬들이 찾아와 줘서 정말 기뻤고, 그들 덕분에 힘이 납니다.” 라고 이야기했고, 


티에리 누빌은 “오전부터 쉽지 않았어요. 착지하면서 차량 전면이 부딪히지 않을까 걱정해, 수온을 계속 체크하느라 교차로에서 실수를 범했죠. 몇 초의 손해를 봤고, 제 자신에게 무척 화가 났습니다. 괜찮은 리듬을 갖고 있었거든요. 오후가 되면 좀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불행히도 SS5에서 바위와 부딪혔고, 서스펜션에 손상이 발생했어요. 그것 때문에 5분이나 허비해야 했죠. 결국 다음 스테이지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내일은 동기부여를 더 해 잠재력을 살려볼 생각입니다.” 라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낯선 환경에 긴장한 탓인지 실수를 범했고, 아쉽게 첫째 날을 마무리해야 했던 티에리 누빌

| 낯선 환경에 긴장한 탓인지 실수를 범했고, 아쉽게 첫째 날을 마무리해야 했던 티에리 누빌


까다롭기 그지 없던 첫째 날은 이렇게 아쉽게 마무리가 됐습니다. 그래도 헤이든은 좋은 경험을 했다며 다음날 레이스에 자신감을 비췄고, 특히나 차량 컨디션이 안정적이며, 균형감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실수를 최대한 억제한다면 마지막 날에는 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됐습니다. 


둘째 날을 위해 현재 발생한 몇 가지 문제점들을 완벽히 수리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남았습니다. 나아가 뒤쳐진 순위를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죠.




by 마요네즈

자동차, 모터스포츠 전문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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