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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모터스포츠팀의 WRC 도전기
2014 WRC 리뷰 ②2014/12/11by 현대모터스포츠팀

현대 쉘 월드랠리팀의 저력을 보여주다!
드라마틱한 결과로 모두를 열광케 한 2014 WRC 하반기 리뷰를 시작합니다

ㅣ데뷔 첫 해 포디움 입성에 이어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하반기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줬을까요?



2014년 1월, 현대 모터스포츠팀의 독자적인 노력의 결과가 세상에 공개되는 날을 맞이한 후 10개월간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아스팔트에서 미끄러지며, 진흙탕을 굴렀고, 산비탈을 아슬아슬하게 내려왔으며,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달리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WRC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그 저력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Round7. 빠른 스피드로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했던 폴란드 랠리

폴란드의 꽃길을 달리는 i20 wrc카
l 폴란드에서는 피어오른 꽃길 사이를 무서운 속도로 달려야 했습니다

폴란드는 이탈리아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비교적 평지를 달리며, 코너의 숫자가 많지 않고 완만한 커브들로 이어져 있다는 점에서 사뭇 다른 풍경을 자아냈습니다. 이 말은 그만큼 빠른 스피드로 달려야 하며, 특히 실수가 일어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던 탓에 이곳에 대한 기본적인 노하우는 대부분 팀이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누구라도 이곳에서는 처음 경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죠. 빠른 스피드로 코너를 공략하면서 달리려면 용기와 과감성이 반드시 필요했고, 특히 아주 빨리 전개되는 탓에 코 드라이버와의 호흡이 절묘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곤란했던 곳이었습니다. 게다가 빡빡한 일정 속에서 엄청난 SS들을 소화해야 했기에 차량 파손과 같은 치명적인 일이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마찬가지 결과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뻔했습니다

코너를 돌며 흙먼지를 일으키는 i20 랠리카
l 넓은 도로는 더 높은 스피드를 요구해 왔습니다. 약간의 실수가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었죠

이탈리아와 비슷하게 폴란드에서도 출발이 무척 좋았습니다. 유호 한니넨은 첫째 날 일정을 시작하면서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했고, 이 기세를 계속 몰아가 주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었죠. 하지만 무엇보다 무사히 완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염원이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시즌인 만큼 당장의 결과보다는 다음, 그다음 시즌을 위한 경험과 데이터 축적이 더 큰 목표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이런 목표에 만족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다시 함께 한 헤이든 패든이 스테이지 2위를 거두었고, 다른 드라이버들도 둘째 날 꾸준한 성적을 보이며 더 큰 기대를 품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요? 티에리 누빌의 차량에 불이 붙는 사고가 생겼고, 헤이든의 차량에서는 사소한 결함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두 차량 모두 밤새 완벽히 수리가 되었고 더 이상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죠.

레이싱복을 입은채 축구공을 차는 티에리 누빌
l 폴란드 랠리 시기에 브라질 월드컵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흙 바닥에서도 축구에 대한 열기는 식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다른 팀들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벌금을 부과받은 드라이버가 있는가 하면, 차량 파손과 사고를 경험한 드라이버들도 속출했죠.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들은 비단 특정 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팀이 겪어야 할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폴란드에서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다시 한 번 포디움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멕시코 이후 또 한 번의 예상치 못한 성과였죠. 티에리 누빌은 3위 포지션을 지켜내기 위해 마지막까지 분전했고, 유호 한니넨 역시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면서 현대 쉘 월드랠리팀의 포인트를 끌어 올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트로피를 높게 올려드는 티에리 누빌과 유호 한니넨
l 멕시코에 이은 또 한 번의 포디움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일정이 끝났을 때 티에리는 3위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유호는 6위, 그리고 놀랍게도 단 두 번의 참가 끝에 헤이든 패든까지도 8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시즌 반환점을 지나가면서 이보다 더 고무적인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결과: 티에리 누빌 3위 / 유호 한니넨 6위 / 헤이든 패든 8위



Round 8. 더 빠른 스피드가 필요했던 핀란드 랠리

허공으로 떠오르고있는 i20 랠리카
l 스피드, 점프, 슬라이드, 그리고 또 점프. 점프는 핀란드 랠리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일지도 모릅니다

8라운드는 랠리 드라이버의 인큐베이터로 여겨지는 핀란드에서 치러졌습니다. 이곳은 가장 많은 랠리 챔피언을 배출한 나라이기도 하며, 국민 전체가 뛰어난 운전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졌고, 랠리가 축구나 야구만큼 가까운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런 나라에 마련된 랠리 코스는 이탈리아 사르데냐보다 굴곡이 심했고, 폴란드보다 더 빠른 스피드로 전개되는 구성이었죠. 이곳에서는 폴란드 이상으로 코 드라이버와의 호흡이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더 큰 용기와 과감성으로 득실거리는 랠리 극성팬들 사이를 지나가야 했죠. 코스는 넓어졌다가 좁아지기를 반복하며 50m가량 날아오르는 점프 구간이 배치되어 있는 등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은 코스들이 현대 쉘 월드랠리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언제 비가 내릴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랠리를 준비하는 팀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여유롭게 차량 타이어를 점검하고 있는 헤이든 패든
l 티에리가 리타이어를, 유호가 전복사고를 겪는 동안에도 헤이든은 시종일관 안정적인 페이스를 보여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빠른 스피드 유지도 중요하지만 스페셜 스테이지 하나하나를 착실히 공략하며 실수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때로는 더 유리할 때도 있죠.

하지만 아쉽게도 유호 한니넨은 전복 사고를 당해 전면 유리창 없이 선글라스에 의존해 서비스 파크까지 달려야 했고, 더욱 치명적인 것은 레귤러 드라이버인 티에리 누빌의 차량에 롤케이지 손상이 발견되는 바람에 더는 랠리를 지속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 손상은 당장 수리가 불가능한 부분이기도 해, 결국 리타이어를 결정해야만 했죠. 누빌로서는 몬테카를로 이후 처음 경험하는 리타이어였습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유호와 헤이든이 꾸준한 페이스를 보여줬습니다. 둘은 남아 있는 일정을 모두 안정적으로 소화했고, 팀에 귀중한 포인트를 가져다주면서 완주에 성공했죠. 물론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했지만, 워낙 까다로운 환경이었던 탓에 올해의 목표를 완성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결과: 티에리 누빌 리타이어 / 유호 한니넨 6위 / 헤이든 패든 8위



Round 9.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결과! 독일 랠리

데뷔 첫해 우승을 차지한 현대 쉘 월드랠리 팀
l 2014 시즌 중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입니다. 데뷔 첫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전 세계 미디어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들 중 누구도 현대 쉘 월드랠리팀의 우승을 예상하진 못했으니까요

독일은 현대 쉘 월드랠리팀의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홈 랠리이자 테스트도 자주 했던 이점을 안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 8번의 랠리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오직 아스팔트로만 이루어진 구간이란 점에서 그간의 경험들을 쓸모없게 만드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한 시즌을 고스란히 보낸 끝에 얻은 경험들이 쌓여야만 한다는 이야기겠지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곳에서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티에리 누빌이 1위, 그리고 다니 소르도가 2위를 차지한 것이죠. 시종일관 미끄러우면서도 곳곳에 산재한 바위 덩어리들, 그리고 군사용 도로로 쓰였던 탓에 울퉁불퉁한 아스팔트와 좌우로 넓게 펼쳐진 포도밭이 팀과 드라이버를 괴롭혔고, 이에 희생된 드라이버들이 속출했지만,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어떤 실수도 허용하지 않았고, 그들의 홈 랠리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맛보았습니다.

티에리 누빌의 차량을 분주히 정비하는 미케닉들
l 이 우승은 팀 모두의 우승입니다. 미케닉 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독일 랠리의 첫 번째 밤을 떠올렸습니다

연습주행 때 티에리의 사고로 차량이 심각하게 파손되는 일이 생기면서 불안한 조짐도 보였지만, 막상 랠리가 시작된 후로는 어떤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죠. 실수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점과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점이 독일 랠리 우승의 원인이었습니다. 라이벌 팀들이 차례로 무너지는 가운데에서도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흔들리지 않았고,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했으며, 그 덕분에 마지막 순간에 가서 엄청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분명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던 결과였습니다. 비록 브라이언 부피에의 아쉬운 리타이어가 있기는 했지만, 나머지 두 선수의 안정감 있는 레이스 운영이 멋진 결과를 만들었죠. 이로써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데뷔 첫해에 우승과 더불어 1-2 피니시라는 놀라운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미쉘 난단은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간 여러 가지 문제들을 겪기는 했지만, 팀은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고, 반환점을 지나면서 호흡도 빠른 속도로 맞춰졌지요. 이 결과는 현대 모터스포츠팀 모두의 성과임이 틀림없습니다. 2000년대 초반 첫 번째 도전과 달리 이번 도전은 현대 자동차가 직접, 그리고 단독으로 진행해서 얻은 결과여서 더욱 값진 성과로 기록, 기억되었습니다


결과: 티에리 누빌 우승 / 다니 소르도 2위 / 브라이언 부피에 리타이어



Round 10. 다시 대자연 속으로… 호주 랠리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웅덩이를 통과하고 있는 티에리 누빌의 차량
l 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는 티에리 누빌

독일에서 회심의 우승을 차지한 후 현대 쉘 월드랠리팀이 도착한 곳은 호주였습니다. 이곳은 헤이든 패든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죠. 뉴질랜드 출신의 헤이든은 주니어 시절 호주에서 다양한 랠리 경험을 쌓았다고 합니다. 호주는 독일과는 또 다른 환경이었습니다. 폴란드의 흡사한 환경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숲으로 들어가면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볕들이 마치 플래시처럼 터져 드라이버들의 시야를 방해하며, 건조한 날씨 탓에 먼지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아 출발 시각을 조정해야 할 정도로 까다로움이 컸던 곳입니다.

100% 아스팔트로 이루어진 독일 랠리에서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이곳은 독일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었기에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이는 드라이버들도 마찬가지였죠. 티에리 누빌은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된 첫째 날, 그만 미끄러지면서 바위와 부딪힌 후 서스펜션에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수리하느라 시간을 소비한 탓에 아쉽게도 또 한 번의 포디움은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일정에서 차량은 더 이상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그대로 티에리를 Top10 안쪽으로 올려놓았으며, 홈 관중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받은 헤이든 패든 역시 시즌 최고 성적인 6위로 마무리를 하면서 키위 팬들을 즐겁게 해줬습니다.

GO PADDON 배너를 들고있는 헤이든 패든의 팬들
l 현대의 팀 웨어를 구해 입고 패든을 응원하던 키위 팬들은 헤이든 패든이 어디에 가든 함께 했습니다

호주를 기점으로 시즌은 막바지로 치달았습니다. 몬테카를로에서 출발할 때가 엊그제 같았지만, 어느새 2014년 시즌이 끝으로 향하고 있었죠. 시작할 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담담한 자세로 차근차근 목표를 달성해 나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데뷔 첫해 치고 매우 괜찮은 성적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시즌 말이 되자 ‘매뉴팩처러 순위를 조금 더 끌어 올려준다면 좋겠다’라는 기대를 하게 됐습니다.

물론 이번 시즌의 목표는 여전히 충실하게 달성 중이었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팀의 호흡도 완벽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팬들은 약간의 욕심을 더 부려도 좋지 않느냐는 쪽에 가까웠죠.

호주 랠리에서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단 한대의 리타이어 없이 전원 완주 및 포인트 피니시를 달성했습니다. 이는 폴란드에서 세 대가 모두 포인트를 기록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죠. 따라서, 남아 있는 랠리에서도 기세를 몰아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과: 티에리 누빌 7위 / 크리스 앳킨슨 10위 헤이든 패든 6위



Round 11. 독일과 비슷한 환경이라 생각했던 프랑스 랠리

직선코스를 달리고있는 i20 랠리카
l 전형적인 중부 유럽의 풍경을 자아냈던 프랑스는, 독일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환경이었습니다

프랑스 랠리가 있기 전, 티에리 누빌은 지역 랠리에 참가해 현대 쉘 월드랠리팀에게 작은 기쁨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티에리가 참가했던 벨기에 지역 랠리는 100% 포장도로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프랑스 랠리의 연습 주행 코스로도 충분했죠. 웜 업 차원에서 참가한 티에리는 이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 팬들도 이 기쁨을 미디어를 통해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WRC 시즌 스케줄로 돌아온 현대 쉘 월드랠리팀을 기다리고 있는 곳은 바로 프랑스였습니다. 벨기에와 지리적으로도 가까울 뿐만 아니라 독일 랠리가 펼쳐졌던 곳과 지형적인 특성도 유사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좀 달랐죠. 좁은 코스를 빠르게, 그리고 리듬감을 가지고 돌파해야 하는 독일과 달리 프랑스는 같은 아스팔트 구간과 좌우로 포도밭이 펼쳐져 있는 풍경이었다고는 하나 코스의 폭이 훨씬 넓어 더 빠른 스피드로 통과해야 하며, 전반적인 길이가 짧은 편에 속해 아주 빡빡한 경쟁이 예상됐습니다. 작은 실수로 0.5~1초를 허비할 경우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손실로 다가올 수 있었죠.

티에리 누빌을 응원하러 온 벨기에 팬들
l 이곳에서도 벨기에 붉은 악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티에리를 응원하려고 먼 곳까지 찾은 팬들

벨기에와도 그리 멀지 않은 탓에 이곳에서도 현대 쉘 월드랠리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서비스 파크를 가득 메웠습니다. 모두들 티에리 누빌을 응원하며 그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죠. 특히 티에리가 현대 쉘 월드랠리팀과 함께 하면서 데뷔 후 첫 번째 WRC 우승을 맛보기도 했으니 그들에게도 현대자동차와 현대 쉘 월드랠리팀이 아주 각별하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 랠리는 현대 쉘 월드랠리팀과 드라이버 사이에 호흡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티에리 누빌은 초반부터 사소한 트러블로 고전했고, 미케닉 팀은 티에리가 조금 더 편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짧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그의 요구를 만족시켜줬습니다. 물론 아직 더 맞춰야 할 부분은 있었지만, 적어도 오전 세션에서 발생한 문제가 오후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고, 이는 팀이 성장하고 있음을,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습니다.

코스를 다시 살펴보고 있는 선수
l 다니 소르도와 마르크 마르티는 마지막까지 4위 포지션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했습니다

티에리의 안타까운 상황을 틈타 그의 팀메이트 다니 소르도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다니는 랠리 마지막까지 자신의 포지션을 가로채기 위해 공격해오는 라이벌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했죠. 찰나의 실수가 자리를 바꾸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도 다니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으며, 새롭게 도입된 타이어와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며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로서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또 한 번 전원 포인트 피니시라는 성과를 거두었죠.


결과: 티에리 누빌 8위 / 다니 소르도 4위 / 브라이언 부피에 9위
 


Round 12. 포장과 비포장이 혼재되어 있던 스페인 카탈루냐 랠리

스페인 랠리의 헤어핀 진입구간
l 스페인 랠리의 명물 헤어핀은 180도 터닝으로도 유명합니다

스페인 랠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현대 쉘 월드랠리팀의 시즌 중간 점검의 기회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즌의 반환점은 통과한 지 오래됐지만, 스페인 랠리는 시즌 중 유일하게 아스팔트와 비포장도로가 비슷한 비중으로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과 프랑스에서 경험한 것, 그리고 아르헨티나 및 기타 전형적인 랠리 코스에서 경험했던 것을 모두 활용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간의 경험들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종합적으로 평가해볼 기회였던 셈이죠.

이는 드라이버들뿐만 아니라 엔지니어와 미케닉 팀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위칭, 그러니까 비포장도로에서 포장도로로 변하는 시점, 그리고 그 반대 시점에 맞춰서 거기에 맞는 셋업을 제시하고 또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늘 촉박합니다. 따라서 얼마나 호흡이 잘 맞는지, 그리고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평가를 해볼 수 있었죠.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i20 wrc카
l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먼지는 드라이버들을 괴롭혔고, 티에리 누빌도 그만 희생당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첫째 날부터 드라이버들을 괴롭힌 것은 불규칙한 노면이 아닌 먼지였습니다. 푸석푸석하게 날리는 먼지는 아직 채 뜨지 않은 태양과 만나면서 드라이버들의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스피드를 내기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죠. 결국, 티에리 누빌이 먼지에 희생된 첫 번째 드라이버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는 시야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스피드를 올리려 애썼고, 결국 코너를 넓게 돌다가 그만 둔덕에 부딪히며 차량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미케닉들은 티에리의 차량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과 더불어 다음 날 바뀌는 노면에 맞춰 새로운 셋업을 적용하느라 밤잠을 설쳐야만 했습니다.

이번 랠리는 다니 소르도의 홈 랠리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독일은 현대 쉘 월드 랠리팀의 홈 랠리였고, 호주는 헤이든 패든의 홈 랠리와 다름없었으며, 프랑스는 티에리 누빌과 브라이언 부피에의 홈 랠리, 그리고 스페인에서는 다니가 홈 랠리를 맞이했었네요. 이렇게 홈 랠리로 이어가는 경우도 흔치 않은데, 재미있는 광경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랠리에선 각 코스에 익숙한 드라이버들을 선발해 참가시키는 일이 그리 드문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다니 소르도를 보기위해 서비스 파크 앞에 몰린 스페인 팬들
l 다니 소르도를 보기 위해 서비스 파크 앞에 스페인 팬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것이 홈 랠리의 특별함이겠지요

종합적인 평가 무대에 가까웠던 스페인에서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시즌을 충실히 보내고 있음을 입증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더 배우고 발전해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습니다. 몇 가지 셋업을 준비했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진 못했고, 결국 스페인에서는 모두 포인트 피니시를 하기는 했으나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적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발전해 나가고 있으며, 이번 랠리에서도 무언가를 배웠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이 배움을 빠른 속도로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죠.


결과: 티에리 누빌 6위 / 다니 소르도 5위 / 헤이든 패든 9위



Final Round. 시즌 중 가장 혹독한 환경이었던 웨일스 랠리

바닥에 쌓인 낙엽을 흩뿌리며 달리는 i20 랠리카
l 금방이라도 유령이 튀어나올 것 같았던 웨일스의 숲 속 코스

어느새 시즌 막바지입니다. 대미를 장식하기 때문이었을까요? 이번 랠리는 앞선 12개 시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한 환경이었죠. 영국 남서부에 위치한 웨일스는 예로부터 농사가 잘 안된다고 할 정도로 거의 황무지에 가까웠습니다. 평지는 거의 없고 대부분 바위와 돌이 깔린 산이었죠. 게다가 일조량도 적고 언제 비가 내릴지 알 수 없으며,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안개로 뒤덮이는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면서 이런 상황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단 한 번의 SS만 통과해도 진흙이 수십kg씩 차체에 달라붙어 핸들링을 어렵게 하고, 그래서 서비스 파크에 돌아오면 진흙을 제거하는 일이 급선무일 정도였습니다. 물웅덩이와 바위, 축축하고 습한 땅에 비라도 오면 이내 진흙탕이 돼버리기 일쑤인 이곳에서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시즌 마지막 랠리를 치르게 됐습니다.

양옆으로 커다란 물보라를 만들며 달리는 i20 랠리카
l 웅덩이 물로 진흙이 씻겨 나간다고 해도, 단 몇 초 후면 다시 새까맣게 진흙이 달라붙고야 맙니다

아침에도 그렇지만 오후가 되면 일찍 해가 지는 탓에 안개까지 겹치면 보조 라이트는 필수입니다. 그럼에도 시야는 제대로 확보되지 않죠. 어둑어둑하고 음산한 웨일스의 숲과 황무지를 달리던 현대 쉘 월드랠리팀의 드라이버들은 라이벌 팀들이 연이어 실수를 일으키며 문제를 겪는 동안 다행히도 큰 실수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다만 유호 한니넨은 10초의 패널티를 받았고, 1분가량 출발이 지연되면서 아쉽게도 포인트 권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두 드라이버는 혼잡하고 까다로운 상황에서도 잘 싸워줬죠. 특히 실수가 없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시즌 마지막 경기치고는 오히려 차분하게 진행했고, 티에리 누빌은 2014년 마지막 레이스를 4위로, 그리고 내년에도 함께 했으면 하는 헤이든 패든은 마지막까지 선전한 끝에 10위로 소중한 포인트를 획득하면서 WRC 2014 시즌을 마쳤습니다.


결과: 티에리 누빌 4위 / 유호 한니넨 26위 / 헤이든 패든 10위



2014 시즌을 마무리하며

기암절벽의 코스를 통과하는 i20 랠리카
l 이제 50일 정도 후면 이곳을 현대 쉘 월드 랠리팀이 다시 달리게 될 것입니다

이번 시즌 현대 쉘 월드랠리팀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보자면 ‘데뷔 시즌이면서도 괄목할 만한 긍정적인 신호들을 발견했다’ 입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이번 시즌은 데뷔 시즌이고 따라서 이번 시즌은 철저히 배우는 시즌으로 활용했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중간에 몇 차례나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무엇보다 전반기보다 후반기로 넘어오면서 차량의 상태는 점차 개선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위기에 봉착했을 때에도 빨리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팀의 호흡은 나날이 좋아졌지요.

물론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이미 현대 쉘 월드랠리팀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입니다. 이번 시즌을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었던 것도 그만큼 자신들이 가진 강점과 문제점을 빨리 파악하고 또 빨리 대처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눈길 위를 달리는 i20 랠리카
l 현대 쉘 월드 랠리팀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내년 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입니다

첫해에는 어떤 팀이건 다 어려움을 겪게 마련입니다. 레이싱 팀도 한 사람의 인간과 마찬가지로 성공보다는 실수와 시련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습니다. 그리고 반복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통해 서서히 발전해 가는 법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번 시즌은 현대 쉘 월드랠리팀에게 아주 값진 한해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경험을 쌓아 더 나은 레이스, 더 나은 경쟁을 하는 것’ 이것이 2014년 시즌 현대 쉘 월드랠리팀이 세운 목표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이 목표만큼은 충실히 달성되었다고 봅니다.

물론 내년 시즌에도 새로운 도전이 현대 쉘 월드랠리팀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이번 시즌에 드러나지 않았던, 혹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과제들이 괴롭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2014년 시즌을 보내면서 쌓은 경험들은 위기에서 더욱 빨리 팀을 구원해줄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시즌은 더 많은 발전과 도약이 있을 것입니다.

S자 코스를 달리는 i20 랠리카
l 현대 쉘 월드 랠리팀의 2014년 시즌을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면 '아주 긍정적이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죠!

2014년 시즌이 벌써 다 지나가서 아쉽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한 달 후면 몬테카를로 랠리입니다. 고작 한 달 후란 말이죠. 기다리는 팬들에게는 무척 길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지금도 독일, 그리고 남양 연구소에서 내년 시즌을 준비할 현대 쉘 월드랠리팀에게는 턱없이 짧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과연 한 달 후 현대 쉘 월드랠리팀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그리고 2015년 시즌은 현대 쉘 월드랠리팀에게 어떤 시즌으로 기억될까요? 벌써 내년 1월이 기다려집니다.



by 마요네즈
자동차, 모터스포츠 전문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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